교통 소외지역에 한 발 더 가까이

지난해 12월, 셔클은 충남 보령시 미산면에서 ‘불러보령’이라는 이름의 공공형 수요응답버스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불러보령에는 한 가지 특이 사항이 있는데요, 바로 ‘셔클지역장’이라는 이름의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러보령 도입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미산면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어르신과 불러보령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셔클지역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현재 미산면에서 셔클지역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셔클지역장은 어떤 일을 하나요? 

윤정희  아무래도 미산면이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곳이다 보니, 좋은 서비스가 들어와도 잘 알려드리지 않으면 이용하시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 같은 셔클지역장들이 발로 뛰면서 불러보령 버스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셔클지역장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화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하고 있어요. 보통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계시는 마을회관이나 복지회관 다니면서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고, 이용하시는 데 어려움이 있으시다고 하면 옆에서 같이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셔클 측에서 제작해 주신 홍보물을 나눠 드리기도 하고요. 

셔클지역장님이 네 분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각자 맡고 계신 역할이 따로 있나요?

이정화  정확하게 구분해 놓은 건 없어요. 그날그날 상황에 맞게 네 명이 다 같이 움직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2인 1조로 팀을 나눠서 움직일 때도 있죠.

셔클지역장으로 활동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윤정희  대천역 지나가다 보니까 수요응답버스가 들어오는데 그걸 홍보할 사원들을 모집한다고 공고가 났더라고요. 그동안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보면서 마음이 안 좋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요응답버스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알고 계셨나요? 

윤정희  TV에서 본 적은 있었어요. 우리 동네에 생긴다고 하니까 신기했죠. 어르신들은 한 50m만 걸으시려고 해도 서너 번은 쉬었다 가셔야 하잖아요. 전동차 같은 걸 타고 다니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비나 눈이 오면 그것도 마냥 편하지는 않죠.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불러서 타는 버스가 들어온다고 하니까 참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불러보령 도입 초기에 주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이정화  처음에는 귀찮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기존 버스는 아무리 오래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그냥 정류장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잖아요. 불러보령은 이용자가 직접 호출해야 하는 시스템이니까, 행동을 무언가 하나 더 취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진입장벽으로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도입 초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변화를 체감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윤정희  저희가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들 휴대전화에 불러보령 호출 번호를 단축번호로 저장해 드렸어요. 조금이라도 편하게 쓰시게끔 만들어 드리니까 처음보다는 많이들 익숙해하시는 것 같아요. 좋은 취지로 도입되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계시고요. 

이정화  확실히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보신 분들은 편하게 생각하세요. 저희를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어떤 분은 나이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이런 게 진작 들어왔으면 좋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제라도 들어와서 다행이라고요. ‘자식도 못 해주는 걸 불러보령이 해준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어요.

최근에는 키오스크도 설치했는데, 키오스크에 대한 반응은 어떻던가요? 

이정화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 그러니까 한 70대 정도 되시는 분들은 잘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글자를 모르시는 분들,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전화 호출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죠. 뭐든 익숙하지 않으면 무섭게 느껴지잖아요. ‘한 번 잘못 터치했다가 나한테 불이익이 오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더라고요.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더 많은 분이 키오스크를 이용하실 수 있을까요?  

윤정희  문맹이신 분들을 위해 목적지를 글자가 아닌 숫자로 표기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럼 어르신들은 자주 가는 장소가 몇 번인지만 기억하면 되는 거죠. 가능하다면 교육 같은 것도 같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쳐 드리거나,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드리는 거예요.   

전화 호출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윤정희  조금 더 절차가 간결해졌으면 좋겠어요.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고객 응대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는 멘트가 먼저 나오잖아요. 그럼 어르신들은 그게 진짜 사람인 줄 아시고 목적지만 말씀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세요. 실제로는 버스 호출이 안 됐는데, 됐다고 생각하고 마냥 기다리시는 거죠. 법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어르신들 특성을 고려해서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셔클지역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정화  저도 개인적으로 한 번씩 불러보령을 호출해서 이용하곤 하는데요. 같이 탑승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면 어디 다녀오시는지, 편찮으신 데는 없는지, 불러보령 이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지 여쭤봐요. 그러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시죠. 그럴 때 ‘셔클지역장 하길 잘했다’, 생각이 듭니다. 

윤정희  한 번은 저희가 마을회관에 쓰러져 계신 어르신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다행히 빠르게 119를 불러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만약 저희가 이 셔클지역장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하더라고요. 확실히 불러보령이 도입되고 셔클지역장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을 꾸준히 살펴드리게 되니까, 힘들어도 보람이 있어요.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셔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정희  저희 동네처럼 이렇게 작은 오지 마을, 그리고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에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 같은 셔클지역장들도 꼭 같이 활동하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취지도 좋고, 기술도 좋은데 이용하지 못해서 썩히면 아깝잖아요. 조금 더 어르신들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접근하시면 더 좋은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셔클은 교통 소외지역에서 더 많은 분들이 보다 편리한 이동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벽오지, 고연령 이용자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을 지원하겠습니다.
— 셔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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