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사의 마음
영암콜버스의 드라이버, 정창재 기사님은 올해로 5년째 버스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택시 운전사로 일했던 세월까지 합치면 자그마치 20년의 경력이죠. 영암의 길 위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온 만큼, 정창재 기사님은 자신의 고향 사람들이 이동에 있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영암콜버스의 드라이버를 자처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암콜버스 3호차 드라이버 정창재입니다. 나이가 적지 않아요. 57세고, 영암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처음 운전대를 잡으신 건 언제쯤인가요?
젊었을 땐 서울에서 건설회사를 다녔어요. 그러다 1999년도 즈음에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다시 영암으로 내려왔죠. 그때부터 14년 정도 택시를 몰다가 버스를 운전하게 됐어요. 드라이버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아마 아버지의 영향이 없지 않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도 공무원 기능직에 계시다가 개인택시를 운영하셨거든요.
그때 당시에 운전하시던 버스는 일반 노선버스였던 거죠?
제가 콜버스의 전신인 ‘행복버스’ 시절부터 운전을 했었는데요. 처음에는 수요응답버스를 만들려고 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운영업체 선정 과정이 쉽지 않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고, 결국 기존의 마을버스와 다를 바 없이 운행을 한 거죠.
일반 노선버스 운전을 하시면서 느꼈던 기존 대중교통의 불편함 같은 게 있었나요?
인구 감소 지역이다 보니까 버스 승객이 줄어들잖아요. 그럼 버스 회사도 적자가 나니까 운행 노선을 줄이거나 배차 간격을 늘리게 되고, 그러면 또 이용하기가 불편해져서 승객은 더 줄어들어요. 악순환인 거예요. 그렇다고 택시를 매일 탈 수도 없고, 결국 농촌 지역은 버스밖에 답이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저도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당연히 저보다는 승객 입장에서 불편한 게 많았을 거예요. 지금 콜버스가 운영되는 삼호읍도 결코 작은 지역이 아닌데요. 버스 노선은 두 개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만약 출발지는 A 노선에 있고, 목적지는 B 노선에 있어요. 그럼 겹치는 정류장에서 환승을 할 수밖에 없잖아요. 직행으로 가면 2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환승해서 가려고 하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예요. 그렇다고 환승할 버스가 금방 오는 것도 아니에요. 날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비나 눈이라도 오면 밖에서 계속 고생해야 하잖아요. 그런 분들을 볼 때 마음이 많이 아팠죠.
수요응답버스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기쁘셨겠어요.
그럼요. 제가 드라이버로 일을 하다가 중간에 잠깐 행복버스를 관리하는 사무직으로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요. 이용객이 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까 버스가 전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이걸 해결하려면 승객이 원하는 곳에서 타서 원하는 곳에 내리게끔 해줘야 하는데, 마침 콜버스가 도입된다고 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무조건 찬성한다고 했죠.
들뜬 마음으로 첫 운행을 시작하셨을 텐데, 도입 초반 이용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확실히 젊은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특히 중고등학생들은 자가용을 운전할 수도 없잖아요. 이제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부르기만 하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탑승할 수 있으니까 200% 만족하는 것 같아요. 반면 기존 노선버스에 익숙하셨던 분들은 조금 낯설어하셨죠. 그래도 콜버스에 대해 배우고, 적응하시는 분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승객들이 주로 탑승하고 하차하는 시간대와 정류장이 있을까요?
저희가 운행을 시작하는 첫 타임이 7시에서 8시 사이인데, 이때가 딱 등교 시간이거든요. 주거단지에서 탑승해 삼호서초등학교, 삼호서중학교, 삼호고등학교로 가는 학생들이 많죠. 이때는 거의 서른 명 가까이 태우고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가 되면 하교하는 학생들로 붐벼요. 제일 바쁜 시간대는 이 정도인데, 중간중간에도 꾸준히 손님이 있어요. 이쪽에 또 세한대학교가 있어서 대학생들도 많이 타고요. 직장인 비율도 비슷하게 있어요. 동네 복지센터나 병원에 방문하시는 어르신도 계시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승객이 있나요?
승객의 대부분이 제가 행복버스를 몰던 시절부터 타시던 분들이에요. 한 분 한 분, 다 기억에 남고 익숙하죠. 그래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는데, 그분 아이디가 ‘콜버스최고’예요.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할 경우에는 승객의 아이디가 뜨거든요. 아마 제가 알기로 세한대학교 교수님이실 거예요. 한 번은 중국인 유학생들하고 같이 탑승하신 적이 있는데, 콜버스가 생겨서 너무 편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보통 승객분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시는 편인가요?
그렇죠. 그건 아마 다른 기사님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제가 자주 대화를 나누는 분 중에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엔지니어 생활을 하셨던 어르신이 계신데요. 종종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세워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을 저 대신 잘 타이르시기도 하고, 콜버스 시스템이 참 좋은 거라고 홍보도 많이 해주시죠. 오늘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점심시간 전에 식사를 하러 가시는 손님이 한 분 타셨는데, 그분도 자주 뵙는 분이거든요. 괜찮은 백반집이 있는데 다른 기사님들은 한 번씩 다 데려가셨다고 저랑도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회사에서 식권이 나오니까 그걸로 사주신다고요. 이렇게 마음 써주실 때마다 참 감사한 마음을 느낍니다.
기사님이 보시기에 수요응답버스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시간이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콜버스도 호출하고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외출 시간보다 조금만 미리 호출을 해두면 대기 시간에 다른 볼일도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환승할 필요가 없으니까, 중간에 버리는 시간이 없죠. 비용은 일반 버스 비용과 동일해서, 택시를 탈 때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원하는 곳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 아닐까 싶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이용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죠. 전화로 호출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정류장 이름을 제대로 모르신다거나 맞은편 정류장에 계신다거나 할 때가 많거든요. 그리고 어르신들은 행정구역 명칭이 아닌 자연부락 명칭을 사용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면 삼호읍에 난전리라는 동네도 ‘난대부락’부터 해서 옛날부터 별칭처럼 부르던 이름이 여러 개죠. 어르신들이 조금 더 쉽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어요.
드라이버로서 힘든 점은 없으세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원래 버스는 정해진 코스대로 한 번 돌고 나면 무조건 쉬는 시간이 주어지잖아요. 그런데 콜버스는 보통 2시간 운행하면 30분 정도 휴식을 줘요. 어떨 때는 호출이 멈추지 않고 연결돼서 3시간까지도 운행해야 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중간에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으면 마음이 급해지는 거죠. 그리고 계속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해요. 언제 어디서 승객이 탈 지 모르잖아요. 경로도 그때그때 바뀌고, 너무 일찍 도착하거나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도록 시간도 체크해야 하고. 이런 부분들에서 일반 노선버스보다는 조금 더 피로도가 느껴지는 편이죠.
그럼에도 드라이버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솔직히 일반 노선 버스 운전할 때는 사명감 같은 게 그렇게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승객이 있든, 없든 정해진 노선대로 도는 게 제 일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먼 길을 가도 꼭 탑승하거나 하차하는 승객이 있으니까 한 분, 한 분 더 최선을 다해 모시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없으면 목적지까지 힘들게 이동하셔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영암콜버스의 예비 드라이버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콜버스가 올해 한 대, 내년에 한 대 더 추가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드라이버분들이 필요해질 텐데요. 기존에 없던 시스템이라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셔클에서 안내해 주시는 대로만 따르면 어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우리 지역의 교통 서비스 품질을 높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승객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도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너무 어려워 마시고 많이들 이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차도 더 늘어나고, 서비스 지역도 넓어지고 여러모로 좋은 쪽으로 발전되지 않을까요? 한 가지 당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도 있는데요. 종종 어린 친구들이 장난삼아 호출하고, 콜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호출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도 진짜 오는지 안 오는지 테스트를 해본 것 같아요. 물론 어린 마음에 장난을 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피해가 고스란히 다른 승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부분만 좀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셔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셔클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AI를 기반으로 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여주고, 보다 효율적이고 똑똑한 교통 시스템을 만들어준 게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미래의 교통이 전부 영암콜버스와 같이 수요응답형으로 변화할 텐데, 이렇게 앞선 시스템을 우리 지역인 영암에 도입해 주신 것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니까 앞으로 점점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주실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