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모습은 어떻게 발전할까?
대중교통의 숙명은 ‘수요’와 비례합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미래의 교통을 바라보는 우려 어린 시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한 가지 대안으로 등장한 교통수단은 수요응답교통(DRT)으로, 셔클은 이미 다양한 사례를 통해 DRT의 효과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또, DRT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제공함과 동시에, 누구나 근거리 생활권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도시의 생태성을 회복하겠다는 ‘15분 도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다양한 문제와 새로운 변화를 맞닥뜨린 지금, 미래 교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셔클과 도시·교통 전문가가 모였습니다.
참가자 김수영 상무(현대자동차), 김태형 교수(서울대학교), 박경아 본부장(KOTI), 이제승 교수(서울대학교), 임서현 박사(KOTI)
인구 감소 & 지방 소멸 시대, 앞으로 다가올 교통의 모습은 어떨까?
이제승 교수 최근 남해 인구가 4만 명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부산에서는 인구 변화 대응 TF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도시나 교통 관점에서 봤을 때, 대중교통도 결국 규모의 경제예요. 기본적으로 수요가 없으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지방에서는 대규모 개발을 한다거나 대중교통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런 면에서 수요응답형 시스템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김태형 교수 맞습니다. 대중교통은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일정량의 수요가 없으면 살아날 수 없어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고령 인구가 운전하기 어려워져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이 경제성을 점점 잃고 있는 상황에서 저 또한 수요응답형 교통 그리고 자율주행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시선에 동의해요.
이제승 교수 예전에는 인구 감소 변화를 막아보려고 여러 시도를 했을 테지만, 이제는 지역들도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다음 스텝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새로 유입된 사람이 새로운 걸 많이 유치하고, 이를 통해 지역 활력을 만들자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추세죠.
김태형 교수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들이 각각 대응 계획을 만들고 있기도 한데요, 대응 요소를 분석해 보면, ‘적응형’과 ‘완화형’ 특성이 각각 보입니다. 물론 적응과 완화가 따로 분리된 건 아닙니다. 적응도 결국 완화를 위한 것이거든요. ‘기후 위기에 대한 탄소 중립 계획’을 예로 들어볼게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어떤 수준 이상으로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힘들어요. 아예 대기질의 황산화물을 ‘0’으로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순응하되, 환경질이 나빠지면 바로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이나 취약 지역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인구 감소나 지방 소멸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는데, 하나의 현상이 나타났을 때 ‘적응을 잘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거죠. 지금 잘하면 나중에는 극복할 수 있다는 일종의 중장기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박경아 본부장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은 하나로 움직여요. 교통 측면에서 대응 전략은 경제 수요도 부족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중교통 서비스로도 역부족입니다. 또 현재 모범으로 삼고 있는 유럽의 도시나 국가를 모티브로 해서 서비스를 만들기에도 한계가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대중교통 서비스의 고비용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대체재가 ‘수요응답형’이라고 짐작하고 있죠. 다만 저는 지금이 과도기인 것 같습니다. 수요응답형은 그때그때 발생하는 수요에 대응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대폭 절감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지속가능한 운영인지는 여전히 물음표인 것 같아요.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상태가 아니라, 기존 운수업 현황에서 수요응답형이라는 플랫폼만 얹힌 상태라는 거죠.
임서현 박사 운수 종사자 구인난도 문제예요. 어떤 마을은 마땅한 운수 사업자가 없어서 마을 주민들이 원할 경우, 이장님이 일종의 공공교통 운전자처럼 운행한다고 합니다. 폐교 위기에 있는 학교는 학부모들이 나서서 통학버스를 운영하기도 하고요. 전라남도 영암군은 마을과 인근 지역 생산품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에서 유통을 맡으면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 가진 문제가 다 다른데, 이걸 우리나라를 둘러싼 하나의 문제로 삼아서는 안 돼요.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다양한 대안을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이죠.
김수영 상무 지방 도시나 농어촌에서 노선버스 폐지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특히 광역이동수요가 꽤 있음에도 대중교통의 취약성은 더 높다고 하더라고요. 지역이 점점 쇠퇴하면서 교육이나 의료기관 같은 주요 시설도 사라지고 인근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기존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거죠.
임서현 박사 경상남도 하동군이 공영제 ‘100원 버스’를 도입할 때에 하동군 전체에 다니는 버스가 10대도 되지 않았대요. 5대를 더 투입해서 총 15대를 운행하고 싶은데, 운수 종사자를 구할 수 없어서 2대만 겨우 증차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종사자와 차량이 유연하게 공급되어야 해요. 그러려면 필요에 따라 자유로운 수급이 가능해져야 하는 거죠. 택시만 플랫폼 운송 사업 대상으로 넣을 게 아니라, 모든 운송 사업을 넣은 뒤에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박경아 본부장 셔클이 지향하는 수요응답형 플랫폼이 지금 운행하는 것처럼 단일 차종에 국한되는 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셔클 플랫폼에 택시가 들어오고, 대형 버스가 들어오고, 중소형 차량이 들어오고, 운수 사업자나 종사자도 못 구하는 지역에서는 ‘유상운송 규제도 완화하자’는 거죠. 그러면 이전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될뿐더러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일부 해소될 테니까요.
김수영 상무 일본의 경우 수요가 급감했던 팬데믹 기간 이후 택시와 버스 기사님을 구하지 못하고 있고, 급기야 올해 4월부터는 일반인의 자가용 승차공유를 법으로 허용하기 시작했어요. 택시가 부족한 지역이나 시간대를 특정해서 자가용 유상운송 서비스가 가능해진 거죠. 고령화로 자가용 운전이 어려워진 이들의 이동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교통의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일상 생활마저 어렵게 되고, 이러한 사회 문제가 오랫동안 불법으로 규정했던 규제까지 파격적으로 완화하는 걸 보면서 이게 머잖아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형 교수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해법으로 ‘스마트 도시 개념’을 적용합니다. 여기에는 ‘스마트 모빌리티’가 중심에 있는데요. 일본 사람들은 지금 줄 서서 자율주행 버스를 타고 있어요.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지방 소멸의 대안으로서 시행하고 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죠. 다만 일본은 한국보다 기업의 역할이 더 크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기업이 교통 문제에 투입되어서 자율주행의 성공 사례를 내놓고 있거든요.
김수영 상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명확하다면 자율주행 기술도 그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인 로보택시로 유상운송이 이루어지는 해외 도시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을 바꾸고, 주차장이나 특정 단지 내부 같은 비정형 도로 인식도 가능해지고 있는데요. 막연했던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가 구체적인 요건으로 바뀌고, 현실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하나 둘 해결하다 보면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형 N분 도시의 현실적 단계와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될까?
이제승 교수 ‘N분 도시’라는 개념은 예전부터 존재하던 개념이에요. N분 안에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전부 오갈 수 있는 형태로 도시를 개발하자는 얘기인 건데요. 이 역시 지역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N분 도시는 지방에서 훨씬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이거든요.
김태형 교수 집과 직장이 가까우면 무척 좋죠. 그런데 중요한 건 ‘내 집 근처에 직장이 있느냐’와 ‘직장 근처에 내 집이 있느냐’가 다른 개념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집이 도심에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직장이 외곽에 있으면 원거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한 점에서 흔히 말하는 압축도시의 스마트 성장이 실패했다고 보입니다. 또 N분 도시의 개념을 언급한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의 말뜻에는 디지털 접근도 포함되거든요. OTT나 온라인 딜리버리도 포함해서 15분인 거예요. 우리가 직접 가지 않아도 신선식품이 배달되거나 하는 것들이죠.
이제승 교수 서울에선 15분 도시가 도보로도 가능한 이야기인데, 지방에서는 다른 교통수단을 포함한 개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온라인 딜리버리 역시, 도시화된 곳에서만 허용되는 이야기이지, 시골에서는 어렵잖아요. 어떤 교통 인프라가 있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죠.
김태형 교수 새로운 교통 테크놀로지를 제안할 때, 특정 기술보다는 ‘이동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해요. 15분 도시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적절한 통행 시간은 ‘15분 정도’예요. 사람들은 1~2분 만에 집에서 직장까지, 집에서 극장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15분 정도 이동하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엄마 아빠 역할에서 놀러 나가는 사람으로서의 모드가 바뀌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자율주행에서는 이 15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박경아 본부장 한때 서울을 두고 ‘21분 도시’라는 표현을 했잖아요. 근데 이게 서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아요. 과연 어떤 개념으로 교통 환경을 봐야하는지가 되게 애매하다고 느꼈거든요.
임서현 박사 저는 N분 도시라는 말을 듣고, ‘지방에서는 이 N분이 과연 몇 분이 될까?’ 궁금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32개의 시군에 있는 공공형 택시의 이동을 분석했는데요. 주로 이동하는 시설이 병원, 관공서, 은행, 마트와 같은 곳들인데, 보통 택시로 한 10~15분 거리에 있더라고요. 환산해 보면 내가 콜택시를 불렀을 때 읍면 중심지에 있는 택시가 나를 태우러 오고, 다시 중심지로 데려다주는 시간이 30분 정도 될 거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30분 거리에 필요한 생활 시설이 다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어떤 시설을 편의시설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학교’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본도 학교를 개조해서 어린이 도서관이나 보육시설을 만들었어요. 또 주민 편의 시설이나 생활 마켓도 만들고요. 우리나라 지방 시군에서 해볼 수 있는 콘셉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수영 상무 한국형 N분 도시를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본질을 염두에 두고 지역에 따라 어떤 시설을 ‘N분’ 카테고리에 포함시킬지, 지역에 위치한 기존 시설의 용도는 어떻게 새롭게 부여할지 고민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접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